LG CNS 상장?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큰 원인
LG CNS의 공모주 청약증거금으로 21조가 모이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기관 청약부터 일반 청약까지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오랜만에 공모주 시장 한파를 녹였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장은 단순히 투자 기회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미 모회사인 LG가 상장되어 있는 상황에 자회사인 LG CNS가 중복 상장 하는 것은 국내 증시를 갉아먹는 행위로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우선 모회사(母會社, Parent company)와 자회사(子會社, Subsidiary company)는 경제 용어로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소유하는 기업을 '모회사'라고 하고 소유 당하는 기업을 '자회사'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 회사인 A사가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인 B사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회사인 C사를 소유하고 있다면, A사는 모회사가 되고 B사와 C사는 자회사가 됩니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자회사를 지배하며, 자회사는 모회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운영됩니다.
아래는 LG 그룹 계열도 입니다.
모회사인 LG, 그 아래 자회사인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 유플러스, HS애드 모두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LG CNS까지 상장하니 이제 상장하지 않은 자회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죠.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이 왜 문제일까?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위에서 보다시피 LG의 자회사가 거의 모두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인 LG 주식을 소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둘 다 상장되어 있다면 지분만 갖고 있는 모회사(LG) 주식을 사는 것보다 직접 사업을 하고 돈을 벌고있는 자회사(LG전자, LG화학 등)의 주식을 사는 것이 좋으니 말입니다. 간단하게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봐도 수요(투자금)는 제한적인데 비해 공급(주식수)이 늘어난다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때문에 기존 모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던 이들에겐 큰 악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2022년 LG의 자회사인 LG화학은 자사의 2차전지 사업부를 떼어 상장한 바 있습니다. 이때 상장한 주식이 바로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부가 매력있다고 느끼던 투자자들은 이제 LG화학의 주식이 아닌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하면 되는 일입니다. 원래 2차전지 사업부의 가치까지 포함되어 있던 LG화학의 기업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LG화학은 한때 1주당 100만원이 넘던 주가가 현재 약 24만원까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LG화학의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쳐 날뛸 상황입니다.
이렇게 자회사의 중복 상장이 진행될수록 모회사의 주가는 낮아지고 모회사의 주식은 팥없는 붕어빵, 속없는 만두가 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으로 인해 같은 이익을 두 번 계산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더블카운팅이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B라는 자회사의 지분을 50% 소유하고 있으며, 두 회사 모두 상장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B사가 1,000만 원의 이익을 냈다면, 이 이익 중 지분율만큼(50%) 500만 원은 A사의 재무제표에도 반영됩니다. 따라서 실제 이익은 1,000만 원이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1,500만 원의 이익이 기록됩니다. 이로 인해 실제보다 많은 이익이 기록되어 주식시장의 왜곡을 일으키고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은 LG 그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IBK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중복 상장 비율은 약 18.43%로 일본 4.38%, 대만3.18%, 미국 0.35%, 중국 1.98%에 비해 정말 높은 수치입니다.
국가 | 한국 | 일본 | 대만 | 미국 | 중국 |
비율 | 18.43% | 4.38% | 3.18% | 0.35% | 1.98% |
왜 우리나라만 심각할까?
당연하게도 위에서 소개한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얻는 이득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내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모회사의 개념과 비슷한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지주회사는 자신이 직접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고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B,C,D라는 각각의 회사 지분을 30%씩 가지고 있으므로써 B,C,D회사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것이죠. 이렇게되면 A라는 회사의 지배주주(대주주)는 자신의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B,C,D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됩니다. LG그룹 계열도를 보면서 다시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지주회사인 LG의 지분을 41.7%가진 대주주는 자신이 아닌 LG가 LG전자의 33.7%의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LG를 통해 LG전자의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지분 36.7%를 갖고 있으므로 LG디스플레이의 경영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지주회사의 지분만을 가지고 자회사뿐만 아니라 손자회사, 증손회사로까지 지배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주회사의 지분 41.7%만으로도 전체 그룹을 경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모자회사 중복 상장입니다. 모회사(지주회사)를 상장시켜 투자금을 받고 여기에 회사의 이익까지 더해 자회사를 만들고 지주회사의 대주주는 자회사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지 않고도 경영에 참여하고 다시 그 자회사를 상장시켜 투자를 받고 회사의 돈으로 또 하나의 손자회사를 만들어 주식 한 주도 가지지 않고 경영에 참여하고... 남의 돈을 내 돈처럼 활용할 수 있으니까 국내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선호하는 것입니다.
이미 적은 금액으로 큰 지배력을 갖고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주식 가격이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적으니 대주주 입장에선 지주회사의 주식 가치가 더 하락하길 원합니다. 언제든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 주식을 매입하기에도 적절하고 자녀 혹은 그 외 가족들간의 경영 세습을 하기위한 지분 상속, 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기에 지주회사 주식 가치의 하락을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모로 모자회사의 중복 상장이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할 때마다 대주주들은 웃음꽃이 피니까...
또한 국내 금융 시장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투자 옵션이 제한적인데 비해 기업 입장에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상장하면 추가적인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 이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금융 시장의 기업들은 채권 시장도 크고 벤처 캐피탈 및 사모펀드 혹은 정부 정책 등 자금 조달 경로가 다양하며 비상장 상태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를 갖추고 있어 굳이 상장이 아니어도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와 다르게 위에서 언급한 다른 나라의 경우 자회사 중복 상장시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80% 혹은 100%를 갖고 있어야 법인세, 배당세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또한 일부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이상 갖고 있어야 하는 의무보유비율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단 20%이상만 갖고 있어도 배당 소득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 80%면제가 주어지고, 상장 자회사의 경우 지주회사가 30%의 지분만 갖고있어도 되는 상황입니다.
세제 혜택, 의무 보유 비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진 자본 시장의 경우 주주의 이익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모자회사 중복 상장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장 환경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부 법 개정과 규제 강화 또는 일부 완화 등 적절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서도 궁극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의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최근 투자를 하는 혹은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국장(국내증시)은 할게 못된다' , '미장(미국증시)만 해야한다' 등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말들이 많은데, 역사와 결과가 이를 부정할 수 없는듯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면하고 또 다시 관심에서 사라진다면 결국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겠죠. 현재 국내 금융 시장은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좀 더 발전적이고 살기 좋은 환경이 되기 위해서 바꿔나가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는 차갑게 달러 자산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마음만은 국내 시장에 두어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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