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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진심 리뷰/국내 증시 이슈 리뷰

신성통상 자진 상장폐지 소식에 상한가,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불편한 진실

by ™☻⚉★⇧&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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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통상 자진 상장폐지 ,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불편한 진실

오늘(6월 9일) 패션 기업 신성통상의 주가가 자진상장폐지(자진상폐) 공개매수 소식에 힘입어 30% 가까이 뛰며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4,100원으로 제시되면서 오늘 하루 주가는 환호하였지만, 해당 이슈 뒤에 숨겨진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들과 소액주주 권익 침해라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성통상 3개월 주가 - 출처: 네이버페이 증권 신성통상 선차트

특히 최근 상법 개정이 강력하게 추진되는 시점에 신성통상의 자신상폐 시도가 이러한 상법 개정에 대한 불이익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어 해당 사례를 통해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현실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두 차례의 '헐값 상폐' 시도와 소액주주 배제 논란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폐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4년 6월, 주당 2,300원이라는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했는데, 당시 주당순자산가치(BPS) 약 3,136원에 한참 못 미치는 ‘헐값’이었죠. 소액주주들은 “우리를 헐값에 내쫓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필요한 지분 확보에 실패하며 무산됐습니다.

2024년 6월 신성통상의 1차 자진상폐 공시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그리고 이 날, 가격을 4,100원으로 올려 다시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1차 시도보다 약 78% 오른 가격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조차도 만족스럽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투자해온 주주 입장에서는 받은 것은 거의 없고 과거 고점 대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가격이라 영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성통상 5년 주가 추이 - 출처: 네이버페이 증권 신성통상 선차트


현재 오너 일가는 신성통상 지분 83.87%를 보유 중이고, 상장폐지 요건인 95%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나머지 주주는 강제 매수 대상이 됩니다. 주주 입장에선 회사가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돈으로 몸집을 키워놓고, 상법 개정이 강력하게 추진되니 이제 와서 헐값에 주식을 팔라고 하는 게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특유의 '가족회사' 중심의 수직적 지배구조

신성통상의 지배구조는 한국 대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너 중심'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지주사는 비상장 기업 '가나안'이며, 이 가나안의 최대주주가 바로 염태순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이사(82.43%)입니다. 즉, '염상원 이사 → 가나안 → 신성통상'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통해, 오너 일가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가족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나안은 신성통상 지분 45.63%를 보유하고 있고,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에이션패션(20.02%)까지 합치면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집니다. 이런 비상장 가족회사를 지렛대 삼아 지배력을 행사하다 보니 외부 감시나 견제는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결국 상장폐지 후 신성통상을 완전한 가족회사로 만들려는 발판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신성통상의 복잡한 지배구조 - 비상장 가족회사를 통한 지배구조 - 자료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10년간 이익잉여금은 수천억, 배당은 단 50원

물론,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회사가 비상장으로 전환되면 경영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동기와 과정에 있습니다. 상장 기업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그 대가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정한 이익 배분, 그리고 기업 가치 증대를 통해 주주 이익을 환원하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신성통상은 작년까지 3,941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배당이 없다가 2023년에야 주당 50원이라는 아주 적은 배당을 한 번 지급한 게 전부입니다.

신성통상 5년간 이익잉여금(배당가능이익) 누적 규모 - 자료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반면,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 가족회사들은 최근 3년간 평균 28%의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며 오너 일가만 혜택을 누렸습니다. 특히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2022년에 주당 3만 4,500원의 ‘폭탄배당’을 실시하였죠. 이렇게 충분히 주주환원을 할 이익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익을 나눠야 할 상장된 회사의 주주들에게는 그 이익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다 이제 와서 주주들이 '헐값'에 주식을 되사겠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자진상폐 후 지배력 강화’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불리한 조건으로 내쫓으려는 시도가 핵심 비판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신성통상 당기순이익 및 총 배당금액 - 자료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편법 증여와 내부거래: ‘꼼수 승계’ 의혹

신성통상과 관련해서는 '내부거래'와 '편법 증여' 의혹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논란입니다. 2021년 염태순 회장이 세 딸에게 신성통상 주식 4%씩을 증여한 뒤, 가족회사 가나안이 그 딸들로부터 주당 4,920원에 주식을 되사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염 회장은 주당 2,645원에 증여했는데, 3개월 만에 실적이 급증하자 곧바로 가족회사인 가나안을 통해 각 100만주씩 주당 4,920원에 주식을 되사줬습니다. 가나안의 매입가는 시세보다 약 20% 높았습니다.

신성통상 내부거래와 편법 증여 논란 관련 기사

이 거래 덕분에 세 딸은 1인당 22억 원 정도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결국 가족회사 가나안의 현금을 자녀들에게 준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오너 가족 주식은 4,920원에 비싸게 사주고 왜 우리 주식은 헐값에 사려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죠. 이 거래를 장내에서 하지 않고 관계사끼리 한 것은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의 거래는 증여세 회피,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등 여러 법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으며, 오너 일가가 복잡한 내부거래로 '꼼수 승계'를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2021년 당시 신성통상은 매출 1조 2천억 원, 영업이익 743억 원, 당기순이익 288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당기순이익(3억 원) 대비 무려 10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내부적으로 실적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받고, 실적이 외부에 공시되어 주가가 오를 시점에 맞춰 되팔았다는 점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이후 주가가 다시 떨어지자 염 회장은 세 딸에게 다시 한번 주식을 증여하기도 했습니다.

신성통상 2021년 6월 당시 주식 증여 공시 - 자료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지난번 상법 개정과 지주회사에 대한 글을 적었을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었습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관련 글 보기<<

 

이 모든 상황은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왜 생겨나는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기업이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고집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무시하며,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 해도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개매수 가격을 법원이 산정하는 제도 도입, 집단소송권 확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유도 등과 함께 상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상법 개정의 절실함, 주주 자본주의 훼손

신성통상의 자진상폐 시도는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오너 일가 이익 극대화와 소액주주 희생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죠.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활발히 논의되는 시점에 이런 자진상폐 시도가 이어진다는 점은 법 개정을 피하려는 시도로도 보입니다. 더욱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모든 주주의 평등한 대우가 필수입니다. 이날 신성통상 상한가 소식은 단기적 시장 반응일 뿐, 그 이면에 숨겨진 지배구조 문제와 우리 자본시장의 과제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진정한 신뢰 회복과 도약을 위해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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